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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높은 하늘에서 비행기 엔진이 서버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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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사입력 2020-04-06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코로나 19가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이 천방지축의 적을 방어하는 길은 철저한 경계 태세와 초기 박멸뿐이었다. 그러나 한국만 아니라 전 세계가 초기 박멸에 실패했다. 초기 박멸에 실패했더라도 철저한 경계, 창의적인 대처능력이 발휘된다면 기필코 박멸할 것이다. 한국은 의사들과 민간전문가가 보여준 대처능력은 뛰어났다. 이에 비해 정부의 대처는 잰걸음이었다. 

 

스테이시가 열두 살 때, 비행기 조종사인 스테이시의 아버지는 딸과 함께 일요일 오후를 즐기기 위해 엔진이 하나뿐인 세스나(Cessna-미국제 경비행기)기를 타고 비행에 나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시간호 상공 약 1마일 지점을 날고 있을 때 갑자기 엔진이 정지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때 아버지는 딸에게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얘야, 엔진이 서버렸구나. 이제부터는 아까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행기를 조종할 거란다.” 엔진을 재가동시키기 위해 비행기 속도를 높여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비행기를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하면서 조종석의 스위치를 눌러 시동을 다시 걸어야 한다고 딸에게 침착하게 설명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스테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계획에 동의했다.

 

아버지는 비행기를 급강하하면서 스위치를 계속 눌렀지만, 엔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비행기를 다시 수평으로 전환한 다음 딸에게 말했다. “스테이시, 다시 한 번 시도할테니 꼭 붙잡아라.” 비행기는 다시 급강하했고 속도가 붙자 아버지는 다시 시동스위치를 눌렀고 다행히 시동이 걸렸다. 처음에는 덜거덕거리며 불안했지만, 곧 정상적인 엔진소리가 들렸다. 20분 후 두 사람은 안전하게 지상에 착륙했다. 

 

위의 이야기는 존. G. 밀러의 책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존. G. 밀러, 송경근 옮김, 한언 출판)에 나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삶의 과정에서 겪는 많은 위기는 예측하기도 하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위기의 시기와 정도를 예측하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예측했어도 예방책이 모자라거나 안일하여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인간의 역사는 위기 대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위기는 국가나 사회, 개인에 이르기까지 영역과 대상을 막론하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잘 대처하면 생존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지만 잘못 대처하면 죽음과 멸망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위기 감지 및 대처능력은 인간의 생존능력이며, 인간의 지혜와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위기 감지 및 대처능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전문성, 치밀한 정보분석과 위기 감수성에 있다. 그것은 예측을 통한 철저한 계획과 훈련, 그리고 창의적인 대응력에 있다. 위기에서 상황에 적합한 창의적인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다가온 위기는 이전과 비슷한 것 같지만 항시 상황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기에는 항상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그러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스테이시의 아버지는 유능한 조종사였다. 그는 사전에 비행기의 다양한 조종기술이 육감적으로 익혀진 사람이다. 그래서 공중에서 비행기 엔진이 서버렸을 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위기 대처능력이 생겨난 것이다. 모든 창의적인 능력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운동선수에게 기초체력이 중요하듯이 사전에 기본기가 충분히 몸에 배어 있을 때 가능하다. 기본기가 충분히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위기 대응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당황하게 된다. 전염병 대책에서 기본기는 메뉴얼의 충분한 숙지이다.

 

병법(兵法)의 대가 손자(孫子)는 기본기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것은 잘 훈련된 군인과 사전 계획에 있었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도 계(計)를 첫 번째로 두었다. 군인에게 기본기는 제식훈련 등을 통한 일사분란한 지휘력의 확보와 충분한 훈련과 사기 등을 꼽았다. 아무리 좋은 무기와 많은 군사가 있더라도 훈련되지 않으면 오합지졸이 된다. 훈련된 군사는 정신력과 전투력, 위기 대응 능력에서 탁월하다.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는 정공법과 기습법을 병행하여야 한다고 했다.

 

정공법은 이미 제조하여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이나 소화제와 같은 것이다. 기습법은 증상에 따라 달리 처방되는 의사의 처방전과 같다. 특히 기습법은 전시의 변화무상한 상황에 대한 창의적인 전법으로 매우 중요하다. 기습법은 기본기를 충분히 숙지하고 마음의 유연성이 있을 때 창의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전염병 대책에서 정공법은 메뉴얼이며 기습법은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창의적인 대책이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 19 초기 상황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비효율적인 대응으로 확산시켰다. 그것은 상황의 긴박성에 대한 감지 능력 부족에서 기인하였을 수 있고, 기본기의 부족에서였을 수 있다. 한국은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에 의사 등 전문가를 동원하여 전염병에 대처하는 메뉴얼을 개발하여 정부와 산하 관련 기관에 배포하여 숙지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초기엔 그 메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메뉴얼은 있는데 우왕좌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메뉴얼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탓이며 정부가 유연하지 못한 탓이다. 전염병에 대한 대처도 전쟁 시에 군사들의 기본 훈련과 같이 운동선수의 기초체력 단련과 같이 매뉴얼이 몸에 익혀져야 했다. 그러나 메뉴얼을 문서고에 보관만 되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와 관계 기관의 대처능력도 향상되어 갔다. 특히 의사들과 일선 관계자들의 대처는 눈물겹다. 이순신 장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늘 병법을 충분히 고민하고 익혔으며 사전에 군사 훈련에 충실했고 전투에 임하기 전에 지형과 상황을 충분히 살피고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창의적인 전략을 실행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우리의 판옥선과 화포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런 단호함과 유연함이 보이지 않는다. 아쉽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자세로 매뉴얼에 충실하고 창의적인 대응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하는 반면,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서는 그리 강하지 못했다. 전쟁에서 작전보다 중요한 것은 경계이다. 그래서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스테이시의 아버지는 높은 하늘에서 비행기 엔진이 서버렸을 때 침착하고 창의적이며 용감하게 대처했다. 스테이시도 아버지의 설명을 믿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좋은 메뉴얼은 좋은 계획이다. 그것은 충분히 숙지 되었을 때 위기에서 창의적으로 발휘된다. 그리고 국민에게 주는 믿음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정부의 코로나 19 대처는 메뉴얼에 충실하였고 창의적이었으며 경계에 성공적이었을까? 아직 우린 비행기 엔진이 서버린 높은 하늘에서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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